이탈리아의 10월은 햇살과 바람의 계절이다. 가벼운 겉옷으로 멋 부리기 좋고 화사한 햇살에 사진 찍기 좋다. 지중해의 풍요를 느낄 수 있는 올리브 나무에 달린 열매들이 제철을 맞이하고 잘 익은 포도나무의 향기가 토스카나의 언덕 위에 은은하게 퍼지는 계절, 가을의 이탈리아는 계절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여기에 이탈리아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나라가 되도록 만들어준 예술 기행이 더해진다면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이 있을까?
피렌체에서 15년을 미술과 복원을 공부하며 살아온 가이드 이다와 여행그림이 함께 준비한 이다의 이탈리아 미술 여행의 두번째 여행이 10월에 시작되었다. 이 여행의 진정한 메리트는 떠나기 전 미리 배우는 시간이다. 여행 참가자들과 2회에 걸쳐 줌으로 미리 만나 방문하게 될 이탈리아 미술관과 작가, 주요 작품에 대하 이야기, 도시마다 차별화된 미술여행을 소개하고 배운다. 미술 초보자라면 이 시간조차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여행 내내 왜 미리 공부하고 떠나야 하는지를 그 이유를 여실히 공감하게 되는 시간이다.
2023년 가을, 우리들의 여정은 밀라노에서 시작되었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경제 수도이며 통일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도시다.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의 유적부터 현대미술관까지 이탈리아의 미래를 지향하는 정책에 걸맞는 미술관이 잘 정리되어 있다. 방대한 이탈리아 역사를 한 눈에 정리해 보고 싶다면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이 제격이다. 한적한 시간에 방문하면 앉아서 걸작을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을 기대할 수 있다. 이탈리아 통일운동의 상징, 하예츠의 <키스>는 누구나 꿈꿔보는 가슴 뛰는 사랑의 감정으로 이끄는 마력이 있다. 이 작품 앞에 서면 잃어버린 사랑의 열정이 진하게 다가온다.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 하예츠의 <키스> 앞에서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작품 <론다니니 피에타>는 미완성처럼 보이는 신비때문에 보는 이의 감정에 따라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기도 하지만 설명을 듣고 나면 가늠할 수 없는 천재 예술가의 깊이에 이내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놓치지 말고 꼭 봐야 할 작품이다.
베네치아인들의 산 마르코 대성당을 들어가 본다면, 진정 베네치아를 만나는 것이다. 산마르코 대성당은 베네치아인들의 성인, 산 마르코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성당이지만 외관부터 너무 아름답고 웅장하여 방문객들은 그 내부를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오천 평 내부 천장이 온통 중세 미술의 정교한 황금빛 모자이크화로 장식되어 있고 로마 황제의 청동 말상의 원본을 만날 수 있는 2층에 오르면 고대 조각의 걸작을 대면하는 흥분이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베네치아의 바다와 함께 출렁거린다.
베네치아의 보물, 황금 제단화
베네치아 성당의 작품 속으로
이번 여행의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음식 여행이었다. 이탈리아 음식의 소박함에서 화려함까지, 가정식에서 미슐랭급 식사까지 고급스럽고 에티켓 넘치는 다양한 식당에서 맛본 이탈리아 음식들, 예술의 여흥이 맛있는 음식과 함께 기분좋은 추억으로 남는 여행이었다.


티치아노의 걸작 <성모승천>이 있는 성당은 거리의 박물관이다. 제단화와 조각 작품들이 베네치아 특유의 성당 구조 안에 잘 끼워 맞춘 부속품처럼 어울어진다. 빛과 색채가 베네치아 미술의 핵심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곳이다. 거리의 맛집에서 맛보는 간식들, 16세기에 지어진 식당에서 먹는 귀족식 정찬, 베네치아 여행은 타임머신을 타고 16세기로 돌아가는 기분을 선사한다.
그러나 놓칠 수 없는 베네치아의 오후,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한번쯤 인생에서 꼭 봐야 할 미술관으로 추천하는 곳이다. 이곳은 피카소나 뒤샹, 잭슨폴록의 작품까지 현대미술의 보물 창고같은 곳이지만 정작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아닐까 할 정도로 아름답다. 베네치아의 대운하에 맞닿은 발코니에서, 오늘은 페기 구겐하임의 저택에 초대받은 기분으로 예술과 바다, 베네치아의 물길을 즐긴다.

베네치아의 대운하를 달리다
점점 우리는 이탈리아의 전성기 시대로 들어간다. 서양 문명을 근대 시대로 끌어올린 인간의 시대, 피렌체의 붉은 돔은 꽃의 도시 피렌체를 더욱 아름답게 빛내주는 촛대처럼 낮에도 밤에도 빛난다. 감동과 즐거움, 예술에 대한 사랑을 샘솟게 하는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 투어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너무 많은 예술가들의 이름이 헷갈릴 수 있어 미리 예습을 하고 간 덕분에 아는 그림을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했단다.

보티첼리의 <봄> 앞에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보러 갔다가 <봄>을 사랑하고 떠나게 된다는 곳, 그곳에서 르네상스 천재들의 비밀 이야기를 들으며 작품앞에서 조우하는 순간을 만났다.
피렌체는 유럽 예술의 발생지인 만큼 거리와 박물고나 어느 곳이나 예술가의 재능으로 빚어진 작품들이 빼곡하지만 음식조차 뒤지지 않는다. 내가 살던 피렌체에 있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티본 스테이크 집에서이탈리아 식당 특유의 떠들썩한 분위기에 취하고 맛있게 구워진 30년 노하우의 스테이크 맛에 취하는 식사를 했다. 입에도 대본 적 없다는 손님도 토스카나 레드 와인을 용감하게 맛보았다. 역시 음식맛은 분위기에서 나오는 것 같다.



시에나 대성당의 모자이크와 피사로의 봉송대
이탈리아에서 내부가 가장 아름다운 시에나의 두오모 성당, 줄무늬로세워진 웅장한 고딕 양식의 기둥때문에 들어서는 순간 시선을 천정으로 안내하지만 시에나 성당의 바닥을 무시하면 안된다. 성당 바닥인데도 밟지 못하도록 여기저기 경계선을 지어놓을 만큼 바닥 장식이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이기 때문이다. 오프스 섹틸레라는 모자이크 기법으로 가득한 시에나 성당 바닥은 기독교 메시지뿐 아니라 그리스 철학자들과 시에나의 역사까지 담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르네상스의 인문학이다. 성다의 화려한 장식때문이 아니라 인문학 정신을 담은 곳이기에 시에나 성당은 이탈리아인들에게 특히 사랑받는다. 우리는 희귀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이곳에서 가득 듣고 만날 수 있다.
토스카나의 발도르차 마을
피렌체와 인접한 시에나, 그리고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토스카나 마을 발도르차를 방문하는 토스카나의 날이다. 구름이 약간 끼었지만 푸른 언덕 위에 사이프러스 나무를 찾아가고, 토스카나의 마을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피로가 말끔히 씻어진다. 힐링의 도시, 힐링 유발자들이 가득한 마을을 걸으며 파스타치오, 딸기맛, 초코맛 젤라토를 먹었다. 이렇게 맛있는 젤라토를 토스카나의 풍경을 바라보며 맛보다니, 이게 이탈리아 여행의 묘미다.
피렌체를 떠나는 날 아침, 다들 아쉬워하는 피렌체 땅을 조금 더 밟기 위해 새벽 산책을 했다. 아르노강의 아침이 밝아 오는 것을 보고 현지인처럼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이른 아침 청소를 하는 광장에 들어서자, 이탈리아 커피 한잔이 간절하다. 피렌체의 최애 카페를 찾았다. 달달한 아침 크로상과 카푸치노 한 잔씩 나누며 피렌체의 아침을 즐겨 보기도 했다.


개선하는 로마군처럼 우리는 기차를 타고 로마에 입성한다. 바티칸 박물관과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만나는 인류의 거대한 품, 인간의 시작이 어떠했는지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은 이토록 궁금했던 걸까. 그들의 열망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상상력이 곧 현실이 되어 버린 미켈란젤로의 걸작, 천장화 아래에 서서 내 머리 위에서 나를 만든 하나님께 문안 인사를 드린다.
호텔이 스페인 광장에 있었기에 우리는 가볍게 스페인 광장을 산책하고 포폴로 광장을 거닐었다. 웅장한 고대 황제 조각상이 즐비한 콜로세움의 황제거리를 지나 구불거리는 곡선으로 한껏 멋을 부린 바로크 조각으로 가득한 나보나 광장에서 거리 예술에 흠뻑 취해 본다. 로마의 거대한 저택들과 기념 조각상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로마의 길을 만들고 있다.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서
로마에 오면 꼭 가볼 또 하나의 미술관, 보르게제 미술관은 우리의 눈과 감정을 압도하는 생동감 넘치는 베르니니 조각으로 가득하다. 대리석의 부드러움과 투명함이 한 조각가의 손에서 어떻게 살아 숨쉬는 인간으로 탄생하는지 보여주는 베르니니의 걸작들은 황홀한 샹들리에 아래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 자체가 보르게제 쉬피오네 추기경의 아름다운 빌라로 바로크 미술의 고급스런 실내 인테리어를 경험하게 해준다.

보르게제 미술관, 베르니니와 라파엘로
미술여행에 어울리는 그림이 가득한 갤러리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며 예술의 흥을 이어갔다. 놀랍게도 손님들은 어떤 작품이 너무 아름다웠다느니, 그 작가 그림이 그렇게 멋있는지 몰랐다느니 하며 미술 이야기로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로마의 점심
마지막 날 저녁에는 모두 내 방에 모여 여행 뒤풀이를 했다. 맛있는 로컬 푸드와 레몬 맥주, 와인을 사서 저녁에 모여 먹으며 여행에 대한 추억과 예술에 대한 감회를 나눴다. 우연히 발견한 가죽가게에서 샀던 지갑과 가방, 로마 뒷골목에서 먹었던 나폴리 피자의 맛을 감탄하며 아쉽고 행복했던 여행을 정리했다.
다음날 아침, 로마의 하늘에는 아름다운 쌍 무지개가 떴다. 다들 호텔 발코니에 매달려 지금 막 피어오른 로마의 신선한 무지개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여행의 끝에 하나의 추억이 더해졌다.


미술을 사랑하기에 이번 여행에 참여한 사람들이 절반, 이탈리아를 마땅히 즐길만한 여행이라 여겨 참여한 사람이 절반이었지만 문화와 예술이 함께한 미술에 대한 갈증도 촉촉히 적셔지고 있었다.
그곳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미술은 인간이 인간임을 느끼게 하는 하나의 언어이며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잠들어 있는 나의 감성과 열정을 똑똑 두드린다. 이탈리아만큼 아름다운 미술이 가득한 나라에서, 자연과 거리, 도시의 흥겨움과 활기를 두배 세배로 즐기고 더욱 진하게 느끼고 싶다면, 몇 백년을 그 자리에서 지키고 있는 미술관 속 예술을 찾아가는 것도 좋다.
이탈리아 미술여행 가이드 이다가 직접 쓴 글입니다.
2023년 10월에 진행된 이탈리아 미술여행은
밀라노 - 베네치아 - 피렌체 - 시에나- 토스카나 마을 피엔차-로마에서 8박 10일 진행되었습니다.
매년 5월, 10월에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