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배와 함께 떠나는
네덜란드 & 벨기에 미술기행
2022년 12월 8일 ~ 16일
밤안개로 뿌연 암스테르담은 습기 때문인지 밤공기가 스산하고 시리게 추웠다. 긴 비행으로 피곤하지만 지금 잠들면 시차 때문에 새벽 2시에 눈이 떠질거라는 박대표님의 충고를 듣고 밤거리로 나갔다. 밤 10시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감자튀김 파는 가게 앞에는 긴 줄이 서 있다.
맛집은 줄을 서야 제맛이지 획득한 감자 튀김 손에 들고 뿌듯하게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차가운 맥주를 마시니 이가 시리다.
크뢸러 뮐러 가는 길..
양쪽으로 빽빽한 나무들이 길게 늘어선 길은 마치 터널을 통과하는 것 같다. 어딘지 모를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입구 같은 길 끝에 크뢸러 밀러 미술관이 있다. 초록 잔디위에 나즈막한 건물, 수베로의 빨간색 조형물은 소박하지만 세련되었고 볼록한 배를 내밀고 짐짓 모른체 하고 서 있는 쟈크 아저씨는 우리 팀 박☆준 선생님과 너무 닮아서 반갑고 친근했다.
넓은 화랑 입구, 아무도 없었던 크뢸러 밀러 전시장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어서와, 우리 미술관 처음이지? 우린 이정도야... 이런 그림들 본 적 없지? 도전장을 내밀 듯 위풍당당한 고흐, 르동, 앙소르의 그림들이 준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Rijks Museum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크고 웅장하게 서 있는 '야경' 때문에 우와~~하고 감탄하게 된다. 두 명의 주인공은 조명이 비춰진 듯 빛나고 다른 부분들은 어둡게 처리해 연극 무대처럼 드라마틱 하다.
유대인 신부의 황금빛 소매와 풍성한 주름들 반짝이던 보석들이 가까이에서 보니 울퉁불퉁 겹겹이 덧칠되어 있었을 때의 놀라움. 이쪽 램브란트도 봐야하고 저쪽 베르메르도 봐야하고.. 바쁘다 바뻐 정신없이 허둥거리다 속절없이 시간이 가버렸다.
커다란 진주 귀걸이를 하고 울트라 마린 색 터번을 두른 소녀가 고개를 살짝 돌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베르메르는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오마주 했을까? 어딘가 닮은 두 여인은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표정을 하고 있다. 윤곽선을 흐리게 해서 인물들이 더 사실적으로 보이게 했다는데 심지어 눈썹이 없는 것도 같다.
마우리츠 하위스에서 그녀를 보다니...놀라울 따름이다..내가 여기에 와서 그녀를 직접 보았다.
램브란트의 마지막 자화상은 1669년 작품이다.
그가 죽던 해이다. 인기가 사라져 아무도 찾지 않는 한물 간 가난한 화가. 희망이 없이 사그라져 가는 눈동자가 서글프다. 여행에서 보았던 많은 그림들 중에서 나는 이 그림이 가장 짠하다.
겐트에 있는 성 바프 성당의 제단화
바프라고 읽어야 할지 바보라고 읽어야 할지
아무튼 이 성당의 제단화는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 감동을 알 수 없다.
비단 옷자락의 질감과 주름들.. 옷에 장식 된 금박들,왕관을 장식한 보석들의 섬세함. 얀 반 에이크는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5시30분이 되면 제단화가 서서히 접히기 시작한다. 완전히 접히면 뒷편 그림들이 합쳐져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 잉태를 알리는 수태고지가 되는 순간 숨막히게 경이롭다. 그림이 접히고 조명이 탁! 꺼진 잠깐의 암흑..그 짧은 순간이 긴 여운으로 남았다.
브뤼헤의 밤 풍경
운하 도시 브뤼헤는 중세 모습을 간직한 예쁜 도시였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거나하게 한 잔씩 걸친 일행들과 하하 호호 수다를 떨며 호텔로 가던 길.서로 사진을 찍어 주고 웃으며 걸었던 그 밤을 아직도 이야기 한다.
안트베르펜 성당은 고딕양식의 성당들이 그렇듯 하늘에 계신 신께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 싶어했다.그래서 뾰족한 지붕과 커다란 창문으로 높게 높게 지어졌다.
이 곳에 루벤스의 제단화가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 네로가 파트라슈와 함께 보았던 그 그림이다.
근육질의 병사들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를 올려 세우고 있다.심지어 예수님도 근육질이다.
십자가에서 내려지실 때는 연극 속 클라이막스의 한 장면처럼 조명이 비춰지는 듯 환하게 빛이 난다.루벤스의 그림은 늘 언제나 화려하고 역동적이고 현란하다.
벨기에 왕립 미술관에서 피테르 브뤼헐을 만났다. 익살스러운 그림 속에 뼈 있는 교훈과 도덕적 내용이 암시되어 있다.
이카루스가 바다에 빠져 다리만 허우적 거린다. 주인공인데 그림 속에서 이카루스 찾기가 어렵다. 농부는 갈던 밭을 계속 갈고 어부는 눈앞에서 허우적 거리는 다리를 보고도 못 본체 한다.양치기만 무심한 표정으로 하늘을 본다. 주변일에 신경 쓰지 말고 제 할 일이나 하라고 합니다.
여행그림의 미술기행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미술기행이라는 이름때문에 편견을 갖을 필요는 없다.
갑자기 많은 그림들을 마주하게 되면 무엇부터 어떻게 봐야할지 몰라 허둥대기도 하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임에도 나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내 마음이 가는 그림이 좋은 그림이라며 어려워하지 말라고 선생님들이 말씀하셨다.설명도 친절하게 해주신다.
박대표님 안선생님 도움으로 많은 그림을 보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도 만나면 그 때의 이야기를 하며 다시 즐거워한다.
내년 3월 동유럽으로 두번째 미술기행을 간다.
벌써부터 기대가 되고 그 날이 기다려진다.
그때는 좀 더 많은 그림들과 친해져서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