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함께 했으면서도 여행을 항상 안내자 역할로 다녀서인지 후기를 남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 후에 생각해보니 후기를 가장 남겨야 할 사람이 제 자신이겠다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네요. 진작에 모든 여행을 기록으로 남겨 놨어야 하는 건데 말이죠.
여행 그림과 2026 4월 그리스 투어를 함께 했습니다.
한국에서 부지런히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언제 그리스에 갔었나 하는 생각이 벌써 들지만,
사진 속에 그리스는 그 느낌과 반향이 꽤 오래 남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시간을 걷는 여행 그리스
유럽에 오래 있었고 유럽의 문화가 저의 일이 되어 있는 저에게, 그 모든 것이 기원, 시작점으로 여행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두근거리게 했습니다.

조금은 짧게 머물러서 아쉬웠지만, 그래서인지 아테네의 기억은 선명합니다.
특히 시작하는 날 아테네 호텔에서 조식 시간 창 밖에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을 바라보는 시간은 오히려 이게 사실일까라는 느낌까지 들더군요.
사람들은 친절하고 도시는 깨끗하고 음식이 맛있었던 것과 별개로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에 도착한 감동은 그 풍경을 보고나서 였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여행은 우리의 상상과 그리움을 마주하는 일이되곤 합니다.
델포이
신화의 세계는 공유를 한다고 해도 아테네가 철학과 정치, 미술과 건축등의 인상을 독점할 때,
델포이는 그 성격대로 신탁의 장소, 초월적인 존재를 느끼는 곳으로 그리스인들이 마련한 곳이죠. 선택된 산이 가지는 분위기, 그 황량함 속에서도 항상 자리를 지켜왔던 유적과 그것을 보호하고 있는 박물관은 시간을 거슬러 와서 고대 그리스 인들의 마음을 느끼게 해주기 충분합니다.
신탁을 궁금해하면서도 또한 모든 것을 거기에만 맡기지 않는다는 이중적인 측면이 고대 그리스 특성이라는 걸 여기처럼 잘 설명해주는 곳이 있을까요.
미케네에서 코린트까지.

그리스가 걸어온 시간을 층층이 자세하게 볼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신화가 역사로 바뀌는 순간의 기록. 아테네 박물관 소장품들과 이어지는 미케네의 유적지와 코린트는 그리스를 입체적으로 경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소들입니다.
그래서 사자의 문과 퀴클롭스의 성벽을 걸으면서 일리아드를 떠올리고 새삼 감탄하는 경험은 여행그림 투어를 오시는 분들이 마땅히 느끼셔야 할 권리 같습니다.
그리고 크레타
나는 자유다 라고 묘비에 쓰는 사람은 더러 있겠지만, 그 말이 울림을 만드려면 그 묘비의 주인이 보낸 시간만이 증명해 주는 거겠죠. 크레타는 크노소스 궁의 섬입니다.
그리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섬이기도 합니다. 오로지 인간을 이야기 했던 작가의 생애가 험난한 시간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비로서 나는 자유라고 남긴 작가의 묘와 소박한 십자가는 크레타에서의 시간을 잊지 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4월인데 벌써부터 뜨거웠던 크노소스 궁에서 종교의 시대를 넘어서서 인간이 중심이 되는 시대로 넘어갔다는 그리스 인들의 선언이 가진 의미도 오신 분들과 함께 생각해봤었으니까요. 이미 환승해서 가야했었던 그 먼 여정에 크레타까지 가는 보람은 다들 공감하셨습니다

부록 1. 메테오라
너도 꼭 가봤으면 좋겠다.. 라는 말씀을 아버지가 남기셨던 건 한참 전의 일인데 이제야 그곳에 도착했었습니다. 그곳을 소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설명을 해도 좋겠지만. 가보셨으면 좋겠다. 라 말씀드리는 것 만큼 좋은 소개가 또 없으리라 느껴지네요. 믿음이 만든 기적 같은.

부록 2. 산토리니
저는 편안하게 쉬는 걸 잘 못합니다. 바쁘게. 또 다음을 신경 쓰면서 채워지는 시간이 보통이죠. 처음에 일정에 산토리니가 있었을 때도 걱정을 했었습니다. 여기선 뭘 설명해드려야 하나. 어리석은 걱정이었죠. 오신 분들은 각자 알아서 산토리니에서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셨습니다. 박대표님의 강요로 이뤄진 석양 순례는 산토리니가 최고 였고, 편안하게 사람의 마음을 풀어주는 풍광들 속에서 또 다른 의미로 여기에 있어서 다행이다 란 마음이 들게 하는 곳.

쉬지 못하는 사람까지 긴장을 풀고 섞이도록 해주는 섬이 산토리니 였습니다.
여기는 안 갔으면 그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했겠죠. 그래서 더욱 감사하게 됩니다.
부록 3. 아테네 구랑드리스 미술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테네에 다른 곳도 많이 방문할 일정이 있어 찾아가보신 분들이 그리 많이 않은 미술관입니다. 한국에도 생기게 될 이건희 미술관 비슷한 성격의 아테네 신생 서양 미술작품 소장처인 이곳은 그리스 여행이 거의 모든 곳에서 우리에게 편안함과 따뜻함, 치유할 수 있는 휴식을 선사하는 느낌과 비슷하게 좋은 작품들이 반갑고 세련된 곳입니다.

아무 준비가 없이도 환영받는 느낌. 그런 친숙함은 흔하지 않죠.
여행기를 마치며.
사실은 박대표님의 부탁으로 쓰기도 했지만.
그 전에 시간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여행기를 처음 적어 봤습니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이 여러 가지 기억과 충만한 마음이 여행 뒤에는 남는데, 그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에게 그만큼 편안하게 권해 드립니다. 구랑드리스 말고도 그리스의 여정은 긴장하지 않고 와도 된다고 우리를 받아줍니다. 그래서 그리스가 어느틈에 우리에게 전해주는 위로를 확인하고 왔거든요.
